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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야멱적(雪夜覓炙) - 조선시대 양반들의 겨울밤 별미

by opensoop 2024. 5. 14.

겨울철, 지방이 풍부한 소고기는 맛이 가장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이러한 겨울철 소고기로 만든 별미 중 하나가 바로 '설야멱적(雪夜覓炙)'이었습니다. 설야멱적은 '눈 내리는 밤에 구워 먹는 숯불고기'라는 뜻으로, 불고기의 원조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설야멱적의 조리법은 매우 독특합니다. 먼저 센 불에 고기를 구운 후, 얼음물에 잠깐 담가 식히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를 세 번 정도 반복한 다음, 기름과 소금을 발라 마무리합니다. 이렇게 정성스럽게 구운 고기는 부드러운 육질과 풍부한 육즙을 자랑합니다.



그런데 왜 하필 추운 겨울밤에 이 고기를 구워 먹었을까요? 그 이유에는 몇 가지 비밀이 숨어있습니다.

첫째, 설야멱적은 은밀하게 즐기는 별미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시 소는 귀한 노동력이었기에 개인이 함부로 도축할 수 없었고, 소고기는 극히 일부 양반들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이었습니다. 양반들은 체면을 지키기 위해 몰래 겨울밤에 모여 고기를 구워먹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둘째, 겨울은 고기를 숙성하기에 가장 적합한 계절이었습니다. 추위를 견디기 위해 축적된 지방은 고기의 마블링을 형성하고, 냉장 기술이 부재한 상황에서 고기를 보관하고 숙성시키기에 겨울만한 계절이 없었을 것입니다. 숙성된 고기는 부드러운 식감을 선사합니다.



설야멱적에는 조선시대 양반들의 고기에 대한 사랑과 체면 차리기 사이의 고민이 녹아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즐기는 바비큐 문화에서도 야외에서 먹는 숯불고기의 맛에 대한 선호를 엿볼 수 있습니다. 눈 내리는 추운 겨울밤, 꽁꽁 얼어붙은 땅을 박차고 피어오른 따뜻한 숯불에 구운 설야멱적의 맛은 상상만으로도 군침이 돕니다.



설야멱적은 단순한 음식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조선시대 양반들의 미식 문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메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메뉴를 통해 우리는 소고기에 대한 조상들의 변함없는 사랑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